존 레논.
고등학교 1학년.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일 때다.
우리 학교는 중간고사 혹은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면 수업시간에 자습을 했다.
진도를 다 나갔으니까...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라고 시간을 준 셈.
이 자습시간이 사실 나에게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은 음악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어도 그렇게 집중을 해치지 않았거든.
아무튼 그 기간즈음에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MP3를 별로 친하지 않던 친구에게 빌렸었다.
이유가 생각이 나질 않는데... 난 그때 전자사전에 음악을 담아 들었었는데
뭐 밧데리가 다 됐던지 놓고 왔다던지 등의 이유였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 친구의 MP3는 소니 워크맨 기종이었다.
그런데 이 MP3의 음장효과가 정말 좋았다. 정말 음악을 오롯이 들려주는 느낌.
그러니까 다른 MP3로 들으면 | (왼쪽귀) (오른쪽귀) | 이 정도 범위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소니 MP3는 | (왼쪽귀)(오른쪽귀) | 이렇게 분산되지 않고 들렸던 것 같다.
게다가 엄청 깨끗하게.
그리고 이 MP3 플레이어에는 특별한 노래가 한 곡 들어있었는데..
바로 존 레논의 Oh my love였다.
괜시리 울적해지는 연주와 너무도 쓸쓸하게 들리는 존 레논의 목소리.
고1 때 난 비틀즈에 대해 아주 얕게 알고 있었고, 또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존 레논이라는 사람이 혼자 부르는 노래는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사실 존 레논의 이 노래.. Oh my love는 가사와 노래 구성이 참 쉽다. 난해하지 않다.
그런데도 나에겐 이 노래는 너무 덜덜 떨릴 정도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떻게 이런 노래가 있을 수 있지? 듣고 듣고 또 들었다. 50분 자습시간 내내 들었던 것 같다.
자습시간이 끝나고 친구에게 MP3를 돌려주며 물어봤다. 이 노래 너도 듣냐고.
하지만 친구는 이 노래는 엄마가 넣어둔 것이라며 자긴 잘 모른다고 하더라.
아쉬웠다. 이 친구를 통해 더 좋은 노래를 알게 될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이 노래를 듣고 존 레논에 빠진 나는 존 레논에 대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학교 도서관에서 헌터 데이비스의 비틀즈 자서전을 빌렸다.
그 큰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릴 땐 참 기분이 묘했다. 친구가 뭘 그런 걸 빌리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그래도 아버지 없이 할머니였는지 누구에게 자란 존 레논과 뭐 각종 이야기는 꽤 재미났던 것 같다.
그리고 오노 요코와 존 레논의 어쩌구하는 책도 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그것도 여고 도서관에 뭐 이런 책이 다 있나싶을 정도로
교내 도서관엔 이런 팝에 관련된 책이 많았다. 비틀즈 관련 책이 한 서너 권 있었으니까.
그런 걸 다 정독했었다는 얘기. 지금은 책 내용이 거의 생각이 안 나는게 참 아쉽다.
그땐 참 순수했었다. 음악 듣는 것도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듣기에 좋아서 들었다.
지금은 머리가 좀 컸다고 막 젠체하려고 별의별 리뷰를 읽고 내 생각인양 생각한다. 주변에 할 사람도 없는데.
책 읽을 시간도 많았고 책도 많이 읽었었다. 매일 점심시간 저녁시간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난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그립고 부럽다. 대학생은 자유가 물론 많지만 그런 걸 못하겠다.
그렇다고 그때보다 더 가치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정말 이런 나자신이 병신같다.
아무튼... 존 레논하면 난 Oh my love가 생각나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가 생각난다.
지금도 존 레논의 노래는 Oh my love, Love, Imagine만 듣는다. 이 세 곡이 제일 좋다.
다음 음악의 추억은 바로 2000년대 미국 인디록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Gran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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