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애니웨이를 본 이후로, 나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음악을 잘 사용하는 감독이기에, 내 취향에 꼭 맞는다고 하기엔 어려워도 나름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래서 탐엣더팜도 영화 자체는 애정을 갖고 있지 않지만 마지막에 나왔던 루퍼트 웨인라이트의 Going to a town은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마미는 완벽하게 내 감성에 맞는 영화였다. 인물만 보여주려고 아예 양옆을 자른 패기도 그렇고, "나는 단순한 플롯도 잘 만들어"라고 자랑하는 것 같은 전개도 그렇고, 참 좋아하기가 힘든데... 마미는 너무나도 좋았다. 맘먹고 음악 제대로 넣은 장면들은 나중에 자비에 돌란이 이거 보면서 자위도 할 수 있지않을까 싶을 정도로(좋은 의미) 황홀했다.
디안의 행동과 말, 스티브의 행동과 말. 그 모든 부분에서 나는 엄마와 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미완성인 사랑을 온맘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장면에서 눈물이 나왔다. 영화와 나를 일체화하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마미에서의 사랑은 나에게만큼은 그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진짜'였다. 영화에서처럼 항상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수 없음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난 마미를 보면서 보이후드가 생각났는데, 나는 보이후드보다 마미가 훨씬 좋았다. 얕고 빈약한 감성이더라도, 도취가 넘쳐흐르더라도, 그냥 마미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감정이 분출되는 장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다만 후반부에 다소 짜게 식는 전개와 단순한 결말은 내게서 감흥을 좀 뺏어갔다. 그래도 앤 도벌의 울음을 참아내는 연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의도도 이해가 갔고.
또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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