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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이야기

크랙 (2009)

by 수요일의별 2013. 5. 25.


크랙 (2010)

Cracks 
7.2
감독
조던 스콧
출연
에바 그린, 주노 템플, 마리아 발베르드, 이모젠 푸츠, 엘리 넌
정보
미스터리, 드라마 | 영국, 아일랜드 | 104 분 | 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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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딸 조던 스콧의 첫 장편 데뷔작인 크랙.

나는 여자 사이의 오묘한 관계를 전면에 드러내는 영화를 재밌게 보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지루해서 졸았다는 박지윤과 박진희가 나오는 청포도사탕도 굉장히 공감하면서 봤다. (이 영화와 크랙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일반화를 하는 건 아니고 여자 사이의 관계에는 기류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동경할 만한 누군가를 따르고, 그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어했으면 하고, 아니면 아예 그 관계에서 어떤 특출난 가치로 정점이 되기도 한다. 처음 만나면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함께 하다보면 자자연스럽게 이러한 기류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유독 그랬던 것 같다. 동경할 만한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따르곤 했다. 이 영화에서 디 같은 애였던 거지.

영화는 1920년대 영국의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학교에는 미스 G라는 선생님이 있는데,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존경을 받는 우상 같은 존재이다. 바깥 일을 전혀 알 수 없는 공간이었기에, 미스 G는 아이들에게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은 그녀를 신뢰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중심에는 미스 G를 숭배하는 디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귀족 자제라는 피아마가 전학을 오면서 미스 G와 디가 말그대로 구축해온 성이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고고하게 군림하던 미스 G가 세계를 여행한 피아마를 동경하고 집착하기까지 하는 것. 또한 아이들은 미스 G와 피아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전형적인 스토리 전개가 아니어서 어떻게 보면 불편하기까지 한 영화다. 위풍당당했던 미스 G가 피아마에게 누구보다 더 흥미를 느끼고 그녀를 동경하고 망상에 빠져 스스로 붕괴하는 모습을 봐야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무엇보다 미스 G를 따랐던 디 또한 큰 혼란을 느낀다. 미스 G가 피아마를 편애하자, 질투하던 디는 피아마에게 향수를 받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디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동시에 어떤 상상을 했을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낄낄.

앞에서 관계의 기류에 대해 말했는데, 이게 정말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영화에서 중점이 되는 여자 아이들은 디, 파피, 릴리, 로렐, 로지, 퍼지, 이렇게 6명인데 (피아마는 아예 노는 물이 다르고.) 이 아이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각각 자기에 맞는 위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디와 함께 다니는 아이는 파피인데 얼굴이 예쁘장하고 딱 디 다음 서열에 있을 만한 인물이다. 매일 실수하는 퍼지가 끝에 있는 것은 당연하고.

여성 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하는데, 나름대로 나처럼 이 영화에 공감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물론 미스 G를 가면 쓴 신경쇠약 겁쟁이, 디를 질투와 시기를 일삼는 애라고 일차적으로 생각하고 이 영화를 공감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이 없었던 것 뿐이지, 틀린 건 아니다. 그런데 레즈비언 어쩌구하는 건 틀린 것 같다. 미스 G나 디의 감정은 동성애, 이성애가 아닌 아예 다른 종류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렇게 공감가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좋았지만 난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보였다. 일단 영상과 색감. 촬영감독이 글래디에이터, 한니발을 촬영한 존 매디슨인데, 그래서인지 올드한 느낌이 강했다. 리들리 스콧의 제작팀이 많이 참여해서 그런지 예쁘게 찍을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이빙 장면도 나는 그저 그랬다. 결말도. 끝까지 미스 G의 성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던 디가 끝에 가서 피아마가 죽은 것을 계기로 밖을 나가는 것은 너무 빠른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피아마 역의 마리아 발레르드와 포피 역의 이모젠 푸츠. 특히 이모젠 푸츠는 보면서 주드 로랑 무슨 유전적 관계인가싶을 정도로 주드 로를 닮은 느낌이었는데... 진짜 눈이랑 웃는 게 닮았다. 멜라니 로랑이랑 미아 바시코브스카도 닮음. 함께 영화를 찍은 잭 애프론과 사귀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아직 89년생이고 엄청 다작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해서 큰 영화 주연으로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트리 오브 라이프로 유명한 테렌스 맬릭 감독의 Knight of Cups에 조연으로 출연도 했는데 나오는 주연 여배우들이 테레사 팔머, 나탈리 포트만, 케이트 블란쳇....ㅋ...ㅋ(뻘이지만 5,6년에 한 작품씩 찍던 테렌스 맬릭이 갑자기 영화를 찍어내고 계시는데... 투 더 원더 우리 나라에서 개봉은 할랑가몰라)

아무튼 영화 크랙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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