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번 칸 영화제 수상작들은 거진 다 본 것 같다. 유명한 코엔형제의 작품이고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까지 받은 영화가 왜이렇게 개봉이 늦을까 생각했는데... 일부러 이 추운 겨울을 개봉일로 잡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겨울과 어울리는 영화였다.
1960년대 포크붐이 부는 미국 뉴욕에서 아는 사람들 집을 전전하며 사는 르윈 데이비스는 짐이라곤 기타 한 대뿐인 무명 포크 뮤지션이다. 그는 예전에 마이크 팀린이라는 친구와 함께 듀엣으로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쫄딱 망했고, 친구는 자살하고 말았다. 게다가 르윈이 혼자 낸 솔로앨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도 반응이 없긴 마찬가지다. 시카고에 가서 유명한 클럽 사장에게도 연주를 선보이지만 돌아오는 답은 부정적이고... 예전에 따두었던 항해사 자격증으로 배를 타려고 하지만 여차저차해서 배도 타지 못하게 되고 르윈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스등카페로 돌아온다.
노래들이 참 좋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Hang me, oh hang me'라는 포크 분위기 짙은 노래가 나오는데, 노래 가사나 분위기가 이 영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난 영화에서 나온 노래 중에서 'The Death of queen jane'이 제일 좋았다. 포크송이 그게 그거라고 르윈은 말하지만... 그래도 난 이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 노래를 부르던 르윈의 그 퀭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르윈 데이비스의 무거운 눈꺼풀이 감길 듯 말 듯한 것처럼 영화 분위기도 그와 같았다. 그래서 생의 고단함을 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르윈에게 잠이란 곧 안식이고, 마음을 놓는 것이기에 그가 잠들 때 페이드 아웃되는 것도, 일반적인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난 르윈에게 나자신을 투영하고 영화를 봤다. 르윈의 마음속은 답답함으로 가득할 거라고, 그래서 르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뿨킹 포크송 난리치면서 공연장에서 사람들에게 비꼬는 것밖에 없는거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르윈이 겉으론 피곤에 찌들었고 괴팍한 성격이지만 노래를 부르면 그의 반짝이는 내면이 나타나니, 나와는 다르다.
그래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고양이나 웃음을 주는 대사들이 간간이 있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특히 고양이가 인간처럼 연기를 정말 잘한다. 이 고양이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화티켓 값이 아깝지 않았다. 얼마나 귀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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