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영화 보기를 하고 있는데, 무난무난한 영화들만 보고 있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대작, 명작들은 보기가 힘들다. 그러면 안되는데... 사실 심각한 영화를 봐도 재미가 없다.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라는 영화도 보다 말았다.
이 영화는 제시카 차스테인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게 됐다. 외모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성격에 웃는 모습이 굉장히 착해보여서 호감이 가는 배우였다. 영화는 60년대 미국에서 유색인에 대한 차별이 제일 심하다는 미시시피주를 배경으로, 작가가 꿈인 유지니아 스키터가 흑인 가정부의 관점에서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책을 쓰기 위해 가정부들을 인터뷰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예전에 인종차별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백인이 흑인분장을 하고서 흑인으로 살았을 때 겪었던 일을 생생하게 적은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는 흑인들이 받는 처우나 차별이 피부 가까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내가 다 화가 났었는데, [헬프]는 그런 면은 별로 없었다. 일단 착한 백인들의 비중이 의외로 많고, 영화 자체가 약간 유쾌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흑인 가정부인 에이블린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어 어떤 장면들에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인종차별을 소재로 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불편한 영화는 아니었다.
[헬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였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이 영화로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고 들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이면서 개성있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경우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캐릭터를 매력있게 잘 살린 경우였던 것 같다. 셀리아 푸트는 부자와 결혼하면서 시골에서 교외로 오게 된 여자인데, 은근히 백치미도 있고 인종차별도 않는 착한 캐릭터다. 셀리아는 미니가 셀리아의 집에 오자 시원한 콜라를 대접하고, 미니가 조그만 식탁에서 치킨을 먹으려고 하자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함께 먹는 등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래서 셀리아가 나오는 장면들은 영화의 백미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무튼 무난하게 보기 좋았던 영화. 엔딩이 좀 독특했는데, 이 엔딩 때문에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본 사람이 제법 될 것 같았다. 아닌가? 나만 에이블린이 어디까지 걸어갈지 궁금해서 계속 본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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