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93년에 나온 소설 [Foxfire: Confessions of a Girl Gang]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재밌는 것이, 이 소설은 96년에 한 번 영화화가 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나왔는데 난 96년 버전은 보지 못해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아무튼 로랑 캉테 감독은 이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이미 영화화된 이야기를 또 영화로 만들었다.
[폭스파이어]는 50년대를 배경으로,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고 맞서는 여자 아이들의 모임 '폭스파이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리더와도 같은 렉스와 렉스를 도와주다 보니 폭스파이어의 초창기 멤버이자 기록원이 된 매디, 그리고 골디, 리타, 래나, 바이올렛 등이 폭스파이어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폭스파이어의 정신을 알리는 등 열심히 활동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이상으로만 머물고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영화는 기록원이었던 매디가 폭스파이어의 활동을 말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 방식은 "뒤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땐 행복했어"가 아니라 아주 지극히 현실적이고 차가운 방식이다. 폭스파이어는 분명 좋은 이상으로 시작했고, 함께 지내면서 좋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상과는 거리가 먼 사기, 범죄, 이런 것들을 저지르는 것에 불과했다. 흑인을 포용하지 않고, 신입에 대한 텃세도 부리고, 남성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택한 방법이 여성성을 내세워 남성의 돈을 뺏는 거였으니.
그나저나 무엇보다 내가 이 영화에서 놀랐던 건, 결말이었다. 납치 사건 후, 매디는 우연히 리타를 만나는데, 리타는 매디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 그때가 그립다는 식의 말이다. 하지만 매디의 폭스파이어에 대한 냉철한 시선은 영화 끝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리타가 매디에게 렉스가 카스트로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자 매디는 그것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렉스와 매디가 함께 있던 것을 회상하며 영화는 끝난다. 이건 렉스의 폭스파이어 정신이 현실에 무릎꿇지 않았고, 오히려 냉철하게 생각해왔던 매디가 현실에 타협한 것이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특히 마지막 렉스의 말... "영혼이 있겠지 불꽃처럼 타는 동안에만, 때가 되면 꺼진다 해도". 정확한 대사가 생각나지 않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난 계속 매디처럼 영화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그 마지막 대사가 내내 폭스파이어에 부정적이었던 내 마음을 바꿔놨다.
연기한 배우들이 비전문 배우들로 이뤄졌다고 하는데, 몇몇 배우들 필모그래피 찾아보니까 폭스파이어 하나밖에 없더라. 근데 리타 연기한 배우는 왜이렇게 낯이 익었던 걸까 -.- 연기는 내가 잘 모르겠어서 말하기는 어렵고, 배우들 비쥬얼이 의외로 괜찮다. 배경이 50년대인데 스타일이 지금이랑 거의 차이가 없는 것도 이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점. 그리고 영화의 음악을 맡은 Timber Timbre라는 밴드도 지금 활동하는 2000년대 밴드이다. 난 배경음악 들으면서 50년대 올드팝인가봐~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크레딧에서 나왔던 노래, 정말 좋다. 오랜만에 멀티플렉스에서 쿠키영상도 없는데 엔딩크레딧까지 다 보고 나온 것 같다.
아무튼 영화, 아주 좋았다. 러닝타임이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143분으로 실제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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