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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드라마 리뷰

서버가토리 시즌1, 과장과 판타지의 미학

by 수요일의별 2013. 6. 21.

어떻게 하다 서버가토리를 봤다. 맨하탄에서 살던 부녀가 교외로 이사오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린 시트콤이라고 해서 뭐 얼마나 재밌겠나 했는데, 이거 챗츠윈 주변인들이 미친듯이 웃기다. 끅끅대고 웃었던게 얼마만인가싶을 정도로.

세상에 과연 이런 인간들이 있을까? 셰이 가족을 보자.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감을 잡을 수조차 없는 쉴라와 쉴라에게 매여 사는 프레드, 엄마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진 리사, 그리고 뇌는 없지만 복근은 있는 라이언. 어떻게 한 마디로 표현하고는 있지만 사실 시트콤을 보다 보면 좀 다들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그리고 뇌에 보톡스를 맞았는지 감정이 전혀 없는 달리아와 그녀의 엄마 달라스. 달라스는 외적으로는 가슴에 실리콘넣는걸 좋아하는 쿠거족이지만 내면은 순수하고 착한 그래서 시트콤에서 가장 kind한 인물이다. 달라스가 야쿠르트를 잃어버리고 숨을 쉴 수 없다고, 숨을 찾을 수 없다고 했을 땐 얼마나 웃기던지. 또한 달리아 역시 아는게 하나도 없지만 그래서 때때로 훈훈한 한 마디도 건넬 줄 아는 캐릭터다. 달리아가 하는 말은 진짜 너무 웃겨서 미친듯이 웃게 만든다. 정말 살다살다 이렇게 이상한 캐릭터들로 모여있는 시트콤은 처음 봤다. 심지어 강아지 야쿠르트와 캥거루 잭까지 이상한데 웃기다.

뭐라고 해야할까... '교외의 부자'라고 하면 돈으로 순위를 매기고 좀 아무튼 루저는 아니고 세속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챗츠윈에 사는 사람들은 관심사가 완전히 생각 외의 것들이다. 쉴라가 인형을 잃어버려서 정신줄 놓는 에피소드를 보고 챗츠윈은 정말 뿌리부터 과장과 판타지로 이뤄진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던 패밀리에서 필이 트램폴린에 환장하고 이상꾸리한 디지털기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이 챗츠윈 사람들도 순수함을 간직한 과장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사와서 바베큐 파티를 안하면 왕따를 당하고, 할로윈데이에 무섭게 꾸미려면 허락을 맡아야하며, 가을엔 뮤지컬 행사가 열리는 freaking한 챗츠윈. 커뮤니티를 보면서 그린데일 커뮤니티 컬리지에 다니고 싶었다면, 서버가토리를 보면서는 이 챗츠윈에서 살면 얼마나 웃길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테사처럼 놀랍게 적응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이 시트콤이 챗츠윈 사람들에게 좀 더 비중을 뒀으면 좋겠지만, 시즌1 후반부로 갈수록 조지의 연애사가 늘어난다. 그래서 대리모 이든 에피소드는 많이 재미가 없었다. 쉴라의 입양 에피소드도 그닥. 그냥 바베큐 파티를 하고 컨트리 클럽에서 재미나게 놀고, 이상한 학부모회에서 이상한 안건을 내놓고, 이상한 부모 모임을 가지고.. 그런게 더 웃기다.

귀여운 시트콤이다. ABC 시트콤은 유독 이런 느낌의 시트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뭐냐면.. 순수한 인물들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그 순수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빛내고 있는 느낌? 악바리들로만 가득한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정말 대조적이다.

불편하지 않은 과장과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드는 판타지. 서버가토리의 매력은 이거같다. 지금 시즌2를 보고 있는데, 테사 엄마 얘기랑 조지 비중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 ^^; 그냥 소소한 에피소드가 더 재밌는데..

아무튼 서버가토리 시즌1 리뷰는 이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