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천국제영화제 첫 관람작으로 관광객을 선택해서 보고 왔다. 내 자리에 수염난 외국인이 앉아있길래, 내 자리라고 말하고 앉았다. 그런데 영화 시작하고서 보니까 그 외국인이 크리스를 연기한 배우였다. GV 일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영화가 끝나고 이 배우를 데리고 관객과의 대화를 하더라고. GV는 티나를 연기한 여자 배우까지 왔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았다.
관광객들은 티나와 크리스라는 커플이 티나의 엄마를 반대를 무릅쓰고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프닝 시퀀스가 여행지를 지도에 연결하는 것이었는데, 스티브 오람이 말하길 감독과 자기네들은 여행지마다 에피소드를 만들어서 진행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오프닝 시퀀스가 이해가 간다. 티나와 크리스는 사귄지 얼마 안 된 커플이라 한창 뜨거운데, 처음 간 전차박물관에서 한 남자가 크리스의 심기를 건드린다. 여전히 화나있는 크리스는 차로 그 남자를 치어버리고, 여행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행지마다 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살인하는 여행으로 바뀐 것이다. 처음엔 크리스만 살인했던 것과 달리 티나도 크리스와의 애정 관계가 순탄치 못하자 그 관계를 걸리적거리게 하는 이들을 가차없이 죽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행의 마지막을 자살로 마무리하고자 하는데, 마지막에 티나가 배신을 때리면서 크리스만 죽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를 상식으로 이해하거나 개연성을 따지려고 보면 처음 살인하는 그 이후부터 영화를 잘못 보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난 거의 후반부까지 '도대체 얘넨 왜 저러지?'라는 생각으로 영활 봤거든. 그런데 끝나고서 생각해 보니까 두 사람의 사랑에 집중해서 봤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크리스는 쉽게 말하면 루저인데, 그의 앞에 나타나는 짜증나는 인간들은 중산층, 책쓰는 이 같은 사람들이다. 크리스는 그 사람들이 끔찍했기에 살인했다. 티나는 크리스를 사랑하는데 크리스는 사랑의 감정이 식은 것 같자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다 마지막엔 아예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 그러자 크리스는 티나에게 너는 마음대로 살인을 한다며 스타일이 다르다고 헤어지자고 한다.
배우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은유적인 건 아니라고 했는데, 살인은 분명 은유적인 장치다.
간간이 웃을 거리도 있고, 여행지에서의 풍경도 제법 예쁘다. 이 영화의 색감을 좋아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티나가 크리스가 살인하게 된 걸 알게 되고 탄소발자국 얘길 하면서 인간의 수명을 줄여서 환경을 보호하는 게 살인이라며 살인을 미화하는 말을 하는데, 안 웃을 수가 없더라.
영국영화이고 로드무비라는 점에서 최근에 본 영국영화인 켄 로치의 엔젤스 셰어가 생각났는데, 당연히 이 영화에 비하면 짜임새는 부족한 편이다. 쓸데없는 장치도 많은 것 같고. 하지만 이런 허술함과 대책없음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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